체코를 세 부분으로 나누면 서쪽의 보헤미아, 동쪽의 모라비아, 동북부의 실레지아입니다. 그중 체코 동남쪽 모라비아의 두 도시 올로모우츠와 브르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올로모우츠는 체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도시로 꼽히는 곳입니다. 과거 모리비아 왕국의 수도였던 올로모우츠는 17세기까지 모라비아의 진주라 불리던 곳입니다. 중세시대 모라비아 왕국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고 구시가지 곳곳에 역사적 기념물이 200여 개 정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농업 및 목축업의 발달로 치즈와 맥주가 유명하다고 합니다. 브르노는 프라하 다음으로 큰 체코 제2의 도시로 모라비아 지역의 주도입니다. 브르노의 어원은 켈트족이 정착하면서 켈트어 'Brynn' 브린은 언덕의 도시라는 뜻에서 이 단어가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은 멘델의 법칙 유전학자 멘델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작가 밀란 쿤데라 세기를 빛낸 인물들의 고장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힙스터들의 도시로 주목받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호르니 광장
올로모우츠의 대표 명소가 모여 있는 곳인 호르니 광장에는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중부유럽에서 가장 큰 조각상 '성 삼위일체 기념탑'이 있습니다. 35m 높이에 화려하게 장식된 기념탑으로 30개 이상의 동상과 20개 정도의 부조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흑사병 종식을 감사하는 의미의 탑으로 장식품들을 보면 종교적인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고 성서와 관련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기념탑의 꼭대기에는 대천사 가브리엘과 성모승천상이 있고 성서 속 내용으로 장식된 기념탑의 하단부에는 셀레자 여왕, 12 사도, 믿음, 희망, 사랑을 상징하는 부조들이 있습니다. 여기 방문 시 유의할 점은 2026년까지 보수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라 그때까지는 완전한 모습을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호르니 광장의 또 다른 명소는 올로모우츠 시청사 외벽에 위치한 올로모우츠 천문시계로 5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시계입니다. 전물 자체는 15세기 초부터 이곳에 있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중 파손되어 복원을 진행하며 당시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섰던 시기로 공산 정권의 영향을 받아 설계가 되었고 종교적 인물을 대신하여 노동자, 과학자 등이 새겨진 시계가 되었다고 합니다. 매일 정오에는 시계 쇼가 열린다고 합니다.
성 바츨라프 대성당
과거 모라비아 제국 시절 카톨릭 문화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도시 곳곳에는 성당과 교회 등 다양한 종교 시설이 있습니다. 그중 성 바츨라프 대성당은 성지 중의 성지로 꼽히는 곳으로 올로모우츠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입니다. 12세기에 지어진 대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처음 지어진 후 1265년 대화재로 고딕 양식으로 재건축하였으며 19세기에 리모델링을 통해 완성된 현재의 대성당 모습이라고 합니다. 종탑의 높이는 약 100m로 모라비아 지역에서 가장 높고 체코에서 두 번째로 높은 종탑으로 화려한 외관을 자랑합니다. 대성당의 내부에는 눈부신 스테인드글라스오 화려한 장식들로 가득하며 1866년 만들어진 대형 파이프 오르간이 있습니다. 파이프 수만 해도 3,120개로 낭만주의 시대 오르간 중에서도 완성도가 매우 뛰어난 것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이곳은 오스트리아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가 교향곡 제6번을 작곡한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모차르트가 12세 때 연주 여행으로 부모님과 함께 방문하였고 당시 연주에 대한 스트레스로 건강이 안 좋던 시기에 이곳에서 요양하며 교향곡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그다음으로 어딘가 단출해 보이는 외관의 성 미카엘 성당은 13세기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지만 17세기 후반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되었고 모라비아 최초의 돔형 건물로 성당의 상징과도 같은 세 개의 돔은 각각 성부, 성자, 성령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단출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자줏빛 대리석과 황금빛 조각들로 화려함을 보여줍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돔 천장으로 높은 층고와 화려한 종교적 그림들이 세 개의 돔에 각각 그려져 있으며, 첫 번째 돔은 성부, 세 번째 돔은 성자, 가운데 가장 큰 돔이 성부, 성자, 성령의 결합으로 성삼위일체를 의미합니다. 이 성당이 특별한 이유는 이곳에 있는 지하 통로로 내려가면 전설 속 샘물이 있는 곳이 있습니다. 과거 샘물의 이름은 올로모우츠로 도시의 기원이기도 한 곳입니다. 로마시대부터 존재한 샘물은 현재까지도 맑을 물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샘물 옆에는 기도 공간도 있어 신비로워지는지는 공간입니다.
브르노의 양배추광장과 자유광장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곳 현지 주민의 활기가 느껴지는 이곳 양배추 광장은 무려 13세기부터 시민들이 모여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큰 장이 열리는 곳이라 '양배추 광장'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사과가 1kg에 30 크라운(CZK) 한화로 약 1,800원이고 딸기 1kg이 99 크라운(CZK) 한화 약 6,000원으로 한국과 비교했을 때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한 과일들을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또 다른 장소 자유의 광장 한가운데는 커다란 총알 모양의 구조물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브로노 천문시계입니다. 커라단 총알처럼 생긴 6m 높이의 시계로 스웨덴 군대에 대항한 브르노의 위대함을 형상화한 기념물입니다. 스웨덴과 30년간 전쟁하던 당시 " 12시까지 브르노를 점령하지 못하면 물러나겠다"라고 약속하고 이때 기지를 발휘한 브로노 시민들은 12시가 아닌 11시에 타종을 해 성을 지켜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천문시계는 지금도 매일 오전 11시에만 울린다고 합니다. 천문시계 아래 부분에는 4개의 구멍이 뚫려 있고 오전 11시가 되면 4개의 구멍 중 한 곳에서 랜덤으로 브르노시 깃발이 새겨진 유리구슬이 나와서 준다고 합니다.
밀란 쿤데라 도서관
한국에서도 유명한 브르노 출신 작가 밀란 쿤데라는 2023년 7월 타계하였습니다.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익숙한 작가이며 90년대 인기를 끈 밀란 쿤테라 소설입니다. 원래 모리비아 도서관은 회원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지만 1층에 위치한 밀란 쿤데라 도서관은 누구나 입장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내부에는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서고로 책장 맨 위에 그려진 그림들은 밀란 쿤데라가 살아생전 직접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여기 도서관에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된 밀란 쿤데라의 작품들이 모두 있으며 한국어판 책들도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1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체코 민주화 운동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밀란 쿤데라의 모국인 체코에서는 금서로 지정되었던 책이기도 합니다. 대표적 반체제 인사로 '프라하의 봄'에 참여 당시 체코 비밀 경찰국은 밀란 쿤데라 부부를 2등급의 적으로 분류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였고 그 감시로 밀란 쿤데라는 프랑스로 망명하게 됩니다. 프랑스에서 체코 공산당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고 더욱더 적으로 보고 체코 국적 발탈로 조국인 체코로 돌아갈 수 없게 됩니다. 체코에 대한 반감으로 일부 소설은 프랑스어로만 집필했다고 합니다. 다시 체코 국적을 찾은 것은 국적 상실 후 40년이 지난 1019년 체코 국적을 다시 회복하였다고 합니다. 이곳은 밀란 쿤데라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도서관입니다.